본문 바로가기
산문(散文)/용어(用語)

'도대체'를 왜 '都大體'로 쓸까요?

by 안화유 2022. 5. 21.

'도대체'라는 말은 보통 우리가 어떤 것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거나 알지도 못해서, "도대체 뭐가 뭔지 도통 알지 못하겠다."라고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할 때 쓰는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도대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1. 다른 말은 그만두고 요점만 말하자면
2. 유감스럽게도 전혀
3.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아주 궁금하여 묻는 것인데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은 설명과 한자 都大體(도대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都大體(도대체)'는 무슨 뜻인가?

大體(대체)라는 것은 어떤 것의 '큰 줄거리' 또는 '핵심', '요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도읍 도(都)' 자로 알려진 都(도) 자는 이 단어에서는 '전부' 또는 '모으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都(도)라는 글자가 '모으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는 많습니다. 특히 都(도)라는 글자가 관직(官職)의 이름으로 쓰인 경우에는 '모으다, 총괄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면, 고려시대의 堂(도당) 또는 評議使司(도평의사사)라는 것이나 조선시대의 兵馬使(도병마사), 訓練監(훈련도감), 國葬監(국장도감) 등의 사례가 그것입니다. 都(도)가 모든 일을 총괄해서 통수하는 의미로 쓰이기에 都(도)자가 들어가는 관청은 최고기관이 되고, 都(도)가 들어가는 관직은 해당 분야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都大體(도대체)'라는 말은 대화의 상대방에게 '2. 유감스럽게도 나는 너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러니 '3. 내가 정말 답답해서 너에게 물어보는데, 1.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알아듣기 쉽게 핵심[大體:대체], 요점(要點)만 추려서[都:도] 간단히 말해보라'고  하는 말인 것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체(體)라는 글자는

體(몸 체)라는 글자는 뼈[骨:뼈 골]에 팔이며 다리, 심장과 콩팥 등 장기(臟器)가 풍성하게[豊:풍성할 풍] 모여 있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그러니 원래 體(체)는 몸에 붙어 있는 각 개별 기관 하나하나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여러 기관을 다 모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모두 전(全)'자를 붙여서 '全體(전체)'라고 표현하고, 한 부분의 기관을 나타낼 때는 '肢體(지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몸[體:체]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양하고 많습니다. 손톱, 머리카락, 모세혈관, 적혈구에서부터 시작해서 귀지나 코털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합니다. 이것은 마치 나뭇가지가 계속 뻗어 나가서 잔가지가 무수히 많은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나무를 그릴 때는 큰 가지만 몇 개 그릴 뿐이지 잔가지에, 잎사귀에 난 털까지 세세하게 다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기관도 큰 것만 모아서 말하면, 보통 몸속에 있는 것은 '오장육부(五臟六腑)'라고 간단하게 말하고, 밖에 있는 것은 '사지(四肢:팔과 다리)'라고 중요한 것만 모아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大體(대체)라고 하면 '오장육부(五臟六腑)'나 '사지(四肢)'처럼 '큰 부분' 또는 '중요한 부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나 사항에 있어서도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 또는 큰 줄거리만 가리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大體(대체)는 '큰 줄거리' , '핵심' 또는 '요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都(도)라는 글자는

都(도) 자는 보통 '도읍 도'라고 해서 '수도(首都)'나 '도성(都城)'을 가리키는 글자로 쓰입니다. 도성(都城)은 한 나라의 중심이기에 사람과 물자가 '모두 모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전부' 또는  '모이다', '모으다'라는 뜻이 파생됩니다.

 

대체(都大體)라는 말은

그래서 都大體(도대체)라는 말은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알아듣기 쉽게 큰 줄거리만 모아서 말해보라' 또는 '핵심만 추려서 말해보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都大體(도대체)라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이 단어를 한 덩어리 뭉쳐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都大體(도대체)라는 말은 동사(動詞) 都(도)와 목적어(目的語) 大體(대체)가 결합된 단어이므로, 이 둘을 좀 띄워서 都-大體(도-대체)라고 읽는다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입니다. '大體(대체)만 都(도)하라', 즉 '핵심만 모아보라'는 말이 되어 뜻이 좀 더 쉽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설명

지금까지의 설명은 기존의 都(도) 자에 대한 옥편의 뜻에 근거해서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옥편에 기록된 뜻을 벗어나서 말한다면, 都(도) 자의 의미를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都(도) 자를  '말하다'는 뜻의 '道(도)' 자로 푸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都大體(도대체)는 '대체(大體), 즉 핵심만 말하라[道]'는 뜻이 되어 해석이 깔끔해지기 때문입니다. 《국어대사전》의 설명에서도 '요점만 말하자면'이라고 하여 '말하다'는 뜻을 쓰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道(도) 자는 '길 도'라고 해서 '사람이 다니는 길' 또는 '도리'나 '법도'를 나타내는 글자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한문에서 道(도)자는 아래의 사례에서 보듯이 '말하다'는 뜻으로도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其先祖不足稱也,其族姓不足也。
그선조부족칭야,그족성부족도야.
그 조상들은 칭찬할 만한 사람이 없고, 그 집안은 말할 만한 것이 없다.《공자가어(孔子家語)》

 

太初有
태초유도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성경·요한복음》

 

다른 설명의 가능성

문제는 과연 '도읍 도(都)' 자를 '말할 도(道)'자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두 글자는 전혀 다른 글자인데, 어떻게 都(도) 자와 道(도) 자도 구분할 줄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음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를 사용하여 본자를 대체하는 것이 상고 시대에는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 왕요남 지음《주석학개론》, 신승운 외 옮김, 한국고전번역원(2014), p13

 

한문에서는 A라는 글자를 써야 할 자리에 B라는 글자를 써놓고 A의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현상은 《시경(詩經)》이나 《서경(書經)》과 같이 춘추전국시대 이전의 문서에서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고, 이 때문에 선진(先秦:진시황의 진나라 이전) 시대의 고문서를 해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咸若,惟帝其難之。
함약시,유제기난지
모두 이[是→時]처럼 하는 것은 요임금께서도 어려워하신 것이다.《서경(書經)·고요모(皐陶謨)》

 

채침(蔡沈)의 해석과 같이, 보통 위의《서경》의 예문은 '是[이 시]' 자를 써야 할 곳에 '時[때 시]' 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따라서 한문을 해독하는 데 있어서는 어떤 글자[위 예문에서 時]를 썼는지를 보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글자의 소리가 무엇인지 또 문맥(文脈)의 의미를 통해서 그 글자가 어떤 뜻[이:是 this]으로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입장에서 접근해 본다면, 都大體(도대체)라는 말은 '대체(大體)만 道(도)하라' 즉, '큰 줄거리만 말해보라'는 뜻이기에, 都(도) 자가 道(도) 자를 대신해서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 최근 수정 : 2024.11.28

'산문(散文) > 용어(用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룩이란 무엇인가?  (0) 2022.10.12
'인간(人間)'이 아니라 '간인(間人)'이다  (0) 2022.10.09
재미  (0) 2022.08.25
처서(處暑)의 뜻  (0) 2022.08.24
'다스리라'는 말의 뜻  (0) 2022.05.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