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散文)/용어(用語)

'인간(人間)'이 아니라 '간인(間人)'이다

by 안화유 2022. 10. 9.

인간(人間), 무슨 뜻인가?

인간(人間)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자를 썼으니, '사람 사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뒤집어서 간인(間人)으로 읽어보자

그렇다면 글자의 순서를 바꾸어서 '간인(間人)'이라고 읽어보면 어떨까요? 어떻게 '인간(人間)'이라고 쓰여져 있는 말을 '간인(間人)'이라고 뒤집어 읽으라는 말인가요?

인간(人間)이라는 말은 《장자(莊子)》의 《인간세(人間世)》라는 편명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봐서 춘추전국 시대 이전부터 쓰인 말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한문(漢文) 단어의 글자 배열의 순서는 우리말 단어의 글자 배열 순서와 반대로 쓰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 예문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는 '대소(大小)'라고 하지만 한문(漢文)에서는 '소대(小大)'라고 뒤집어서 쓰고, 우리는 '심천(深淺)'이라고 말하지만 한문에서는 '천심(淺深)'이라고 하는 것처럼 글자의 배열 순서가 뒤집어진 경우는 적지 않게 있습니다.

禮之用,和爲貴。先王之道,斯爲美,小大由之。《논어(論語)·학이(學而)》
예를 적용함에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귀한 것이다. 선왕의 도도 이것을 아름답게 여겨서 큰 일이나 작은 일이나 모두 조화를 이루도록 행하셨다.

 

此章問答,其淺深高下,固不待辯說而明矣。《논어집주·학이》 주(注)
이 장의 문답은 그 깊이와 높이가 참으로 따져볼 것도 없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를 '간인(間人)'으로 읽는 것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일 그래도 뒤집어 읽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면, 인간(人間)이라는 한자를 '인어간(人於間)'으로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인어간(人於間)'은 '사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어, '간인(間人)'과 똑같은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人間)으로 써 있는 것을 왜 또 '인어간(人於間)'으로 바꾸어 읽으라고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한문에서는 어조사인 於(어)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밥먹듯이 생략해버리고 쓰지 않는 것이 보통이기에 그렇게 읽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간자로서의 간인(間人)

그럼, '인간(人間)'을 '간인(間人)'으로 읽으면 어떻게 됩니까? '사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풀어 쓰면 '인간은 창조주와 피조세계의 중간에 있는 존재'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한문에서 사람은 '천지인(天地人)'이라고 하여 삼재(三才)의 하나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천(天)은 하늘로서 창조주 하나님을 말하고, 지(地)는 땅으로 피조 세계를 말하며, 인(人)은 사람으로 창조주와 피조세계의 중간에서 창조주를 도와서 피조세계를 다스리는 임무를 부여받은 존재로 언급됩니다. 따라서 천지인(天地人) 삼재론(三才論)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람은 '하나님과 피조세계의 중간에 있는 존재'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중간자의 임무

인간(人間)을 창조주와 피조물의 중간에 있는 중간자(中間者)로 규정한다면, 간인(間人)은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일까요?

첫째, 중간자로서의 간인은 창조주를 대리하여 피조세계를 다스리는 임무를 부여받은 자로 규정됩니다. 유학(儒學) 뿐만 아니라, 성경에서도 사람에게 그러한 중간자로서의 임무가 부여되어 있다는 것은 성경에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7~28)


여기서 '다스리라'는 말은 '마음대로 지배하라'는 말이 아니라, '모두 다 조화를 이루어 잘 살도록 만들어 주라'는 말입니다.('다스리라'는 말의 뜻 참조)

둘째, 중간자로서의 간인은 하나님과 짐승의 사이에 놓인, 하나님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존재로서, 자기 완성에의 책무를 부여받은 존재로 규정될 수 있습니다. 창조주와 피조세계의 중간자로서 간인(間人)은 아래로 피조세계의 구성원인 짐승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고, 위로는 창조주의 성품을 닮아서 하나님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육신을 따라 살고, 육신의 정욕을 따라 살게 된다면, 사람은 짐승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육신을 따라 살지 않고 거룩한 삶을 살게 된다면, 인간은 하나님과 같은 모습으로 닮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이 되어 하나님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피조물의 자리에서, 그러나 하나님처럼 거룩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며,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길이요, 이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론

그렇기에 인간(人間)이라는 말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간인(間人)이라는 말은 중간자로서의 인간의 위치를 명확하게 드러내 줄뿐만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주는 분명한 용어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인(間人)으로서의 인간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이 땅에서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다스리는 임무를 부여받은 존재이며, 또 자기 완성의 책무를 지고서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야 할 책무를 부여받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산문(散文) > 용어(用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음이란 무엇인가?  (0) 2022.12.20
거룩이란 무엇인가?  (0) 2022.10.12
재미  (0) 2022.08.25
처서(處暑)의 뜻  (0) 2022.08.24
'다스리라'는 말의 뜻  (0) 2022.05.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