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바보입니다
너무 철이 없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햇볕 쨍쨍 내리쬐어
세상 사람들 모두 훌렁훌렁 벗어젖힐 때,
나무는 푸르른 잎사귀 몇 겹씩 칭칭 껴입고
매미와 참새, 뻐꾸기에 지나가는 나그네까지 불러 모읍니다
차가운 바람 쌩쌩 불어와
사람들 모두 온몸 꽁꽁 싸맬 때,
입고 있던 옷 훌러덩 다 벗어 버리는,
나무는 철도 모르는 바보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힘들게 일해서
사람들 모두 곡간마다 차곡차곡 쌓아 둘 때도
제 것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내어 주고야 마는,
제 주머니 하나 챙길 줄도 모르는, 나무는 바보입니다
똑똑한 사람은 백 년도 못 살지만,
철없는 나무는 천 년을 삽니다
행여나 혹시 철이 들까, 천 년을 기다려도,
끝끝내 철들기를 거부하는, 나무는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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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 : 계절(季節)
· 철없다 : 계절에 맞게 행동하는 분별력이 없다.
· 곡간(穀間) : 곡식 창고
※ 산책을 위해 옷을 꽁꽁 껴입고 나갔는데, 앙상한 가지로 찬 바람 맞으며 의연히 서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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