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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散文)/용어(用語)

괴담(怪談)을 위한 변론

by 안화유 2024. 12. 13.

괴담(怪談)이라는 말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억울한 말이 아닌가 합니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어(單語)의 뜻이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변질되어, 만인(萬人)의 지탄(指彈)의 대상이 되어 버린, 억울한 단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괴상한 이야기' 정도로 정의되어 있을 정도이니, 그 원통한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담(談)자의 의미

담(談)은 말[言:언]이 불꽃[炎:염]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을 표현한 글자로, 보통 '이야기'나 '말'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붙으면서 확산되고, 또 바람을 타고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비산(飛散)하는 것이, [言언]이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옮겨 다니고, 동쪽에서 돌던 이야기가 어느새 갑자기 서쪽에서 회자(膾炙)되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퍼져나가는 모습과 닮아 있으니, '말'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표현한 글자라고 하겠습니다.

괴(怪)자의 자형(字形)

그렇다면 문제의 (怪)라는 글자는 무엇을 그린 글자일까요? 일단 마음 심[忄=心]자가 있으니, 마음과 관련된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갑골문을 확인할 수 없어서 정확히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 전서(篆書)와 별로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서(篆書)의 자형(字形)은 지금의 해서(楷書)의 자형(字形)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왼쪽에 있는 것은 심장을 나타내는 心(심)이라는 글자입니다. 心(심)이라는 글자가 어떤 글자의 왼쪽에 올 때는 (심)으로 그 모양이 바뀝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우)는 손을 그린 글자입니다. 아래에서 위로 손목이 올라가고 있고, 그 위에 손가락이 3개로 축소되어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흙[]이 자리한 것이 보입니다.

 

따라서 (괴)라는 글자는 손으로 흙을 만지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거나, 흙을 가리키고 있는 손이나, 손에 흙을 들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을 그린 글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怪(괴) 자의 오른쪽 부분인, 손[又]과 흙[土]을 조합한 [골·성·경]이라는 글자는 사전을 보면, 첫째, [골]로 읽어서 '열심히 일하다, 힘쓰다, 밭을 갈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둘째, [성]으로 읽으면, '성인, 임금, 성스럽다, 신성하다'의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셋째, [경]으로 읽으면, '물줄기'의 뜻으로 쓰입니다. 이는 圣(경)자가 巠(경)자와 같은 글자로 쓰이는 데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골·성·경) 자가 의미하는 聖(성)이라는 글자야 '성스럽다, 거룩하다' 또는 '신비하다'는 뜻으로, 성인(聖人), 성경(聖經), 성자(聖者) 등에서 보듯이 흠잡을 구석이 없는 글자이고, 巠(경)은 '물줄기'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보통 베틀의 모습을 그린 글자로 보는데, 베틀에 걸린 세로로 걸린 날줄이 곧고 바른 것을 그린 것으로, '바르다[直:직]'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경전(經典), 경학(經學), 경륜(經綸) 등의 글자에 골고루 쓰이는 글자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圣(경)자에 마음[忄=心]이 더해진 怪(괴)자는 비하(卑下)나 경멸(輕蔑)의 뜻으로 쓸 수 없는, 고귀한 가문(家門)의 품위(品位)있는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괴(怪)자의 의미(意味)

그렇다면 怪(괴)라는 글자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괴이(怪異)하다, 괴상(怪常)하다'라는 이상한 뜻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게 되었을까요? 괴(怪)는 손[又우]으로 땅[土토]을 가리키거나 손[又우]에 흙[土토]을 올려놓고 보면서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忄심]을 하고 있는 모양을 표현한 글자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무슨 생각[忄]을 하면서 '괴이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씨를 뿌리면 땅에서 곡식이 생겨나고, 봄이 오면 여지없이 파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자라서 열매를 맺는 대지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도대체 이런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대지의 위대한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감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그런 오묘한 조화를 '나같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자신과 같이 모자란 사람이 보기에는 '괴상하다', '정상이 아니다'는 뜻이 파생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怪(괴)자의 '괴이하다'는 것은 전혀 비하(卑下)나 경멸(輕蔑) 또는 지탄(指彈)의 뜻이 아니라, 경외(敬畏)감탄(感歎)의 의미로서, 우리 인간의 얕은 지식과 생각으로는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대지(大地), 즉 대자연의 놀라운 현상이나 능력이 참으로 놀랍도록 기이(奇異)하고 위대(偉大)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괴담(怪談)이라는 단어의 의미

그렇다면 괴담(怪談)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우리 같은 하찮은 인간의 초라한 지식과 경험으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대자연의 오묘하고 위대한 작용과 같은 성스럽고도 신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불길처럼 이곳저곳으로 갑자기 퍼져나가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괴담(怪談)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가 괴담(怪談)이라는 칭호를 얻는다면, 그것은 경멸(輕蔑)이 아니라 오히려 찬사(讚辭)의 의미가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말이란 것은 시대(時代)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어쩌겠습니까? 홀로 시대가 부여한 의미와 다른 뜻으로 괴담(怪談)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할 뿐입니다.

 

이것은 마치 '갑옷'이나 '단단한 껍데기'를 뜻하는 (갑)이라는 글자가, 어쩌다가 계약서에서 강한 당사자를 대표하는 글자로 간택(揀擇)이 되었다가, 갑(甲)질을 한다는 온갖 비난(非難)을 한 몸에 뒤집어쓰고 있는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괴담(怪談)이 지금은 비록 괴상(怪狀)하고 비정상적(非正常的)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원래 괴(怪)라는 것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자연의 위대한 능력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의미(意味) 심장(深長)한 말이라는 것을 밝혀서, 잠시나마 괴(怪) 자(字)의 억울(抑鬱)한 마음을 위로(慰勞)하고 달래 주고자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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