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다 쇠하여
늙고 병든 쓸모없는 자 되어
한 발 두 발 겨우,
겨우 내디디니,
냇가에 선 풀 속사정
그제서야 보인다
잎사귀는 벌레에 다 뜯어먹혀
모기장처럼 뼈만 앙상한데,
성한 이파리 하나 찾기 어렵구나
성한 포기 하나 찾기 어렵구나
그래도 초가을 햇살 함껏 받으며
꼿꼿이 서서 쑥쑥 자라네
벌레에 이파리 먹혔다고,
바람에 줄기 꺾어졌다고,
어찌 생명에의 길을
그만둘 수 있으랴
벌레에 먹히고, 바람에 꺾어져도,
기어이 꽃을 피우고,
기어코 열매를 맺고야 마는,
길가의 저 풀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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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2년 초가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기력이 갑자기 뚝 떨어져 한두 달 이어졌다. 발걸음 하나 떼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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