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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인생(人生)

내 삶의 화두(話頭)

by 안화유 2025. 1. 6.

들어갔을까?
안 들어갔을까?

궁금했었다
사춘기 시절부터...

청년을 거쳐
장년과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풀지 못한 수수께끼,
내 평생의 화두(話頭)...

그 문 앞에서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은 분명
내 삶의 귀결점이요,
내 삶의 목표점이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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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두(話頭) :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생각거나 토론할 만한 중요한 주제(主題)나 이야기 거리
· 귀결점(歸結點) : 결론이나 결말이 그 쪽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지점(地點)

※ 겨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얀색 교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이웃집 누나의 손을 잡고, 나는 버스 터미널을 지나 시장 골목을 걷고 있었다. 티밥(강냉이)이 가득 든 작은 가방을 비껴 매고서... 작은 언덕을 올라, 나는 평생 처음 보는 엄청나게 큰 열린 문 앞에 서 있었다.

문 안쪽으로는 극장처럼 앞으로 갈수록 바닥이 점점 낮아지는 듯했고, 가운데로 난 통로 양쪽으로는 교회용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으며, 군데군데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저 앞쪽 강대상 주변에는 주광색 불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아늑하고 포근하며, 따스한 느낌이 충만한 빛이었던지... 그 빛 한 가운데 있는 작은 강대상 주변에는 길게 늘어진 흰 옷을 입은 사람 몇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은 거기에서 멈춰 버렸다. 나는 왜 이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기억은 왜 평생 사라지지 않고, 나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일까? 이 기억은 왜 하필 그 장면에서 끝난 것일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내가 과연 그 문을 들어갔는지, 들어가지 않았는지? 그것은 분명 나의 인생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였을 것이라는 어렴풋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더이상의 기억이 없었기에...

※ 1966년 8월 초, 만 세 살에 봉화를 떠난 뒤 처음으로, 2003년 3월, 40세가 되어 나는 다시 봉화를 찾았다. 어린 시절의 그 아스라한 기억의 끝자락을 더듬어 더듬어 올라간 작은 언덕 위에서, 나는 서구(西歐)식의 낡고 자그마한 하얀 교회당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성당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했었는데... 나는 다시 그 큰 문 앞에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전도지를 가득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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